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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븐 시나 (아비센나) – 이슬람 철학과 의학의 거장

by MOKU 2025. 5. 15.

이븐 시나(Ibn Sina), 서양에선 아비센나(Avicenna)로 알려진 그는 이슬람 철학과 의학의 황금기를 이끈 대표 사상가입니다. 980년 현재의 우즈베키스탄 지역에서 태어나, 57세에 사망하기까지 수많은 철학·의학 저작을 남긴 그는 고대 그리스 철학, 특히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이슬람 신학과 융합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의 대표 저서 『치유의 서(Kitab al-Shifa)』와 『구원의 서』는 중세 유럽과 이슬람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존재론적 신 증명”과 “이성 중심의 신 이해”는 오늘날에도 깊은 철학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본 글에서는 아비센나의 핵심 철학 개념을 정리하고 현대적 함의를 함께 살펴봅니다.

이븐 시나(아비센나)-이슬람 철학과 의학의 거장

존재론: 필연존재와 가능존재 이론

아비센나 철학의 핵심은 존재론(ontology)입니다. 그는 존재를 두 가지로 나눕니다:

  • 필연존재(Necessary Being): 스스로 존재하며, 존재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 곧 ‘신’을 의미
  • 가능존재(Possible Being): 본성상 존재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세상 모든 사물

이 구분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신 존재 증명으로 이어집니다. 모든 ‘가능존재’는 원인이 있어야 존재하므로, 무한히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스스로 존재하는 궁극적 존재, 즉 ‘필연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일 원인(Prime Mover)’ 개념을 계승하되, 더 체계적으로 이성적 구조 안에 담아낸 것입니다. 이와 함께 아비센나는 존재를 ‘본질과 존재’로 나눠, 사물이 존재하기 위해선 존재의 부여가 외부로부터 필요하다고 보았고, 그 근원은 필연존재라는 신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성적 신학과 영혼불멸론

아비센나는 신에 대한 접근을 이성 중심으로 했습니다. 그는 신은 완전하고 단순한 존재로, 지성적 사유에 의해 이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신은 스스로를 인식하고, 그 인식에서 모든 피조물이 유출된다는 것이 그의 형이상학 구조입니다.

또한 그는 인간 영혼의 불멸성을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인간 영혼은 물질과 결합된 형태로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비물질적이고 독립적 존재로, 육체의 죽음 이후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는 '떠오르는 인간(Floating Man Thought Experiment)'이라는 사유 실험을 통해, 감각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자아의 존재는 인식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현대 인식론과 존재론에도 연결되는 깊은 철학적 실험입니다.

철학과 의학의 통합적 사유 구조

아비센나는 철학자이면서 동시에 의학의 대가였습니다. 그의 의학 저서 『의학의 정전(Canon of Medicine)』은 500년 이상 유럽 의과대학의 교재로 쓰였을 만큼 영향력이 컸으며, 그는 자연학·심리학·형이상학·윤리학을 하나의 통합 체계로 다루었습니다.

그는 인간을 지성과 육체가 결합된 존재로 보았으며, 건강이란 단순한 육체적 상태가 아니라 정신적·도덕적 조화까지 포함하는 것이라 보았습니다. 이는 의학과 철학이 분리되지 않고, 인간 전체를 이해하는 도구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그는 정치와 윤리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으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자 이성적 존재이기에 이성의 질서에 맞는 도덕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알 파라비와 함께 이슬람 철학의 윤리·정치 사상의 기초를 닦은 인물입니다.

 결론

아비센나는 철학과 과학, 신학을 통합한 중세 이슬람 세계 최고의 지성이었습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이슬람 사상에 접목시키고, 존재론, 신학, 영혼론, 의학, 윤리학을 이성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립했습니다.

오늘날 종교와 과학, 신앙과 이성이 갈라진 시대에, 아비센나의 통합적 사유는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줍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존재를 이해하고, 신을 사유하며, 인간을 바라보고 있습니까? 아비센나는 이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철학과 이성 속에서 찾으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