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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럼스 (M. H. Abrams) – 낭만주의 문학 비평 이론

by MOKU 2025. 6. 18.

에이브럼스 (M. H. Abrams) – 낭만주의 문학 비평 이론

M. H. 에이브럼스(Meyer Howard Abrams, 1912~2015)는 미국의 문학 비평가이자 낭만주의 문학 이론의 권위자로, 『거울과 등불(The Mirror and the Lamp)』이라는 저작을 통해 문학 비평의 새로운 틀을 제시한 인물입니다. 그는 문학을 보는 관점이 시대와 사조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특히 낭만주의 시대의 전환점을 중심으로 문학 이론의 흐름을 분석했습니다. 에이브럼스는 복잡한 문학 담론을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비평적 사유에 큰 공헌을 했으며, 지금도 그의 이론은 문학 연구와 교육에서 핵심적으로 인용됩니다.

낭만주의 문학의 핵심: 창작과 상상력의 중심화

에이브럼스가 가장 집중한 사조는 바로 ‘낭만주의’입니다. 그는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까지 영국을 중심으로 전개된 낭만주의 문학을 기존의 문학 이론과 다른 본질적 전환점으로 보았습니다. 고전주의가 문학을 외부 세계의 모방으로 이해했다면, 낭만주의는 문학을 작가 내면의 표현</strong으로 전환시켰다는 것입니다.

낭만주의 시인들—예를 들어 윌리엄 워즈워스, 콜리지, 셸리, 키츠 등—은 문학을 외부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내부의 빛을 세상에 비추는 ‘등불’로 보았습니다. 이 등불은 시인의 상상력과 감정, 무의식의 흐름에서 발화하며, 언어는 그 발현의 수단으로 기능합니다.

에이브럼스는 이러한 낭만주의의 핵심을 “표현 중심 모델”로 규정하며, 이는 이후 실존주의, 모더니즘, 심지어 후기구조주의적 글쓰기까지 영향을 미친 기점이라고 설명합니다. 낭만주의의 출현은 곧 저자의 내면과 창조력의 신화화이며, 이 시기에 문학은 개인적·주관적 진리를 추구하는 통로로 탈바꿈합니다.

비평 이론의 네 가지 범주: 거울과 등불의 틀

에이브럼스의 대표 이론은 문학 비평을 바라보는 ‘4분 모델(fourfold model)’입니다. 그는 모든 문학 이론은 다음 네 가지 범주 중 하나 혹은 그들의 결합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작가(표현론), 독자(효과론), 세계(재현론), 작품 자체(형식론).

1. 표현론: 문학은 작가의 내면과 상상력의 표현이다. (낭만주의적 관점)
2. 재현론: 문학은 현실 세계를 반영하거나 모사한다. (고전주의적 관점)
3. 효과론: 문학은 독자에게 영향을 주기 위한 수단이다. (수사학적/정치적 관점)
4. 형식론: 문학은 자율적 구조와 내재적 형식에 주목한다. (신비평 등)

이 네 가지 틀을 통해 에이브럼스는 문학 비평 이론의 역사와 흐름을 체계화합니다. 특히 그는 낭만주의가 ‘표현론’을 중심으로 이동함으로써, 이전까지의 모방 중심 문학관에서 벗어난 중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었다고 평가합니다. 이 네 범주는 오늘날 문학 교육에서도 작품 분석의 기본 도구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비평과 창작의 연결: 에이브럼스 이론의 현대적 의의

에이브럼스는 단지 이론가로 머물지 않고, 문학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가르치고, 나아가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통찰도 제시한 인물입니다. 그의 이론은 작가 지망생들에게도 유용한 창작 가이드 역할을 하며,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그는 문학이란 단지 ‘읽는’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고 해석되며, 작가-작품-독자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의미가 생성되는 역동적 장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는 오늘날 독자반응이론, 상호텍스트성, 메타비평 등 다양한 비평 방법론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또한 『거울과 등불』에서 제시된 모델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온라인 콘텐츠, AI 창작물, 디지털 서사 분석에서도 누가 말하고, 무엇을 반영하며, 어떤 효과를 유도하고, 어떤 구조를 지녔는가를 묻는 에이브럼스의 네 범주는 해석과 창작 양쪽에 적용 가능한 틀입니다.

그의 이론은 특히 창작교육에서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학생들은 표현의 자유를 배우는 동시에, 자신의 글이 어떤 비평 틀로 분석될 수 있는지를 의식</strong하면서 쓰게 됩니다. 이는 창작과 비평의 유기적 통합이라는 현대 문학교육의 핵심 방향성과도 일치합니다.

결론

M. H. 에이브럼스는 낭만주의 문학과 비평 이론을 하나의 통합된 체계로 제시하며, 문학이론의 ‘지도’를 그린 사상가입니다. 그의 ‘거울과 등불’ 비유는 문학의 본질과 기능을 통찰하는 고전이 되었으며, 네 가지 비평 범주는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이론적 틀로 작용합니다. 문학이 인간의 상상력과 사유의 결정체라면, 에이브럼스는 그것을 가장 정교하게 분석한 비평가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