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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르티아 센 (Amartya Sen) – 개발경제학, 인간 역량 이론

by MOKU 2025. 6. 13.

아마르티아 센 (Amartya Sen) – 개발경제학, 인간 역량 이론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 1933~ )은 인도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윤리철학자로, 현대 개발경제학과 복지경제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입니다. 그는 단순한 경제성장이 아닌 인간의 삶의 질과 실질적 자유를 강조하며, 개발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했습니다. 특히 ‘인간 역량(capability)’ 개념은 UNDP의 인간개발지수(HDI) 구축에 이론적 기초를 제공했으며, 경제학과 윤리학, 정치철학을 융합한 독창적 시도로 평가받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자유는 발전이다(Development as Freedom)』, 『빈곤과 기아』, 『합리성과 자유』 등이 있습니다.

개발경제학의 새로운 지평: 인간 중심의 발전

센은 기존 개발경제학이 GDP 성장률, 무역 규모, 투자 증가 등 거시경제 지표 중심으로만 발전을 측정해온 것에 대해 비판을 가했습니다. 그는 “개발이란 단순한 경제 수치의 증가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즉, 발전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자유의 확장’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경제 성장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성장이 인간 역량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불완전한 발전이라 봅니다. 따라서 교육, 보건, 성평등, 정치 참여와 같은 요소들이 개발정책의 중심에 있어야 하며, 이는 시장 메커니즘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는 목표임을 강조합니다.

센의 이론은 국가가 국민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그 기회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 수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이는 ‘형식적 자유’가 아닌 ‘실질적 자유’를 기준으로 삼는 철학적 전환이기도 합니다.

인간 역량 이론: 무엇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가

센의 가장 대표적인 개념인 ‘인간 역량(capability)’은 인간이 가치를 두는 삶을 실제로 살 수 있는 능력과 기회의 조합을 의미합니다. 그는 복지를 단순히 재화의 보유나 효용의 극대화로 보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떤 삶을 살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똑같은 수입을 가졌더라도, 한 사람은 장애를 가지고 있어 이동이나 학습의 제약이 크다면 그의 역량은 낮은 상태로 간주됩니다. 다시 말해, 자유의 내용과 실행 가능성이 복지의 핵심이라는 것이며, 이는 기존 경제학이 간과해 온 삶의 질적 측면을 반영합니다.

센은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 ‘기능(Functioning)’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교육받기, 건강하게 살기, 정치적 의사 표현하기 등 삶의 다양한 실현 상태를 의미하며, 이러한 기능들을 얼마나 충실히 실현할 수 있는지가 곧 인간 발전의 척도가 됩니다.

센의 이론은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과 함께 더욱 체계화되었으며, 오늘날 빈곤 측정, 젠더 정책, 개발 원조, 교육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 중심 접근(Human-centered approach)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복지와 자유: 자유주의 경제학에 대한 비판적 전환

센은 신고전파 경제학의 전통적 자유주의 관점을 비판하며, 자유를 단순히 ‘간섭받지 않을 권리’로 한정짓는 것은 현실을 왜곡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실질적 자유가 없는 상태에서의 형식적 자유는 공허하다고 보며, 자유를 확장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와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정의론, 복지국가론, 공공정책 논의에 깊이 연결되며, 존 롤스의 ‘기회균등’, 마이클 샌델의 ‘공공선’ 개념과도 일정 부분 공명합니다. 센은 특히 선택의 자유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에 맞서, 선택할 수 있는 실질적 옵션을 만드는 사회구조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복지를 단순한 시혜나 소득 이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으로 보았으며, 이는 복지국가의 정당성을 경제적 효율이 아니라 도덕적 기준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센의 이론은 정치 좌우를 떠나 복지의 본질, 자유의 조건, 개발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자 한 시도였으며, 그의 사상은 국제개발협력, 지속가능성, 사회정의 등 21세기 글로벌 정책 담론에 여전히 유효한 지침이 되고 있습니다.

결론

아마르티아 센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개발의 핵심으로 끌어올린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입니다. 그의 인간 역량 이론은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을 넘어, 삶의 질, 자율성, 공공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발전 논의를 이끌었습니다. ‘자유는 발전이다’라는 그의 주장은 오늘날 빈곤, 불평등, 교육, 건강, 젠더 이슈에 대한 핵심 철학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인간 중심의 사회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