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맥헤일(Brian McHale)은 포스트모던 문학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한 대표적인 문학비평가입니다. 그는 1987년 저서 『포스트모던 픽션(Postmodernist Fiction)』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을 기존의 구조주의·모더니즘 문학과 구별되는 새로운 문학적 패러다임으로 제시하며, “존재론적 전환(ontological shift)”이라는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서사 구조의 변화 양상을 설명했습니다. 맥헤일은 텍스트의 형식적 실험뿐만 아니라,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세계에 대한 철학적 입장을 문학 내부에서 포착해내는 방식으로 포스트모던 소설을 분석합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의: 존재론적 전환
브라이언 맥헤일의 가장 중요한 이론적 공헌은 포스트모던 문학을 이해하는 틀로 “존재론적 문제(ontological dominant)”를 제시한 점입니다. 그는 모더니즘 문학이 주로 “인식론(epistemology)”—즉,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가—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포스트모던 문학은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중심으로 형성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제임스 조이스나 T. S. 엘리엇 같은 모더니즘 작가들은 내면의식, 다성성, 인식의 불완전성을 탐색합니다. 반면, 포스트모던 작가들—토마스 핀천, 이타로 칼비노, 움베르토 에코 등—은 허구와 현실, 다양한 세계의 공존과 충돌, 작가와 독자의 역할 전도 같은 존재론적 문제에 집중합니다.
맥헤일은 이러한 차이를 통해 독자에게 제시되는 중심 질문이 “무엇을 알 수 있는가?”에서 “어떤 세계에 우리가 존재하는가?”로 변화했다고 말합니다. 이는 포스트모던 문학이 단순한 형식 실험이 아니라, 현대 세계의 다층적 실재에 대한 문학적 사유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구조의 전복: 서사의 혼성성과 다세계성
맥헤일은 포스트모던 문학의 형식적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혼성성(heteroglossia), 메타픽션(metafiction), 다세계성(multiple ontologies). 이들 요소는 모두 기존의 일관된 서사 구조와 단일한 현실 감각을 해체하고, 문학 자체의 자의식을 드러내는 데 기여합니다.
혼성성은 바흐친의 이론에서 차용된 개념으로, 다양한 담론이 하나의 텍스트 안에서 충돌하고 공존하는 방식입니다. 포스트모던 텍스트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역사와 허구, 철학과 유머를 뒤섞으며 경계 해체의 미학을 보여줍니다.
또한 메타픽션은 텍스트가 스스로의 허구성을 인식하고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자신이 소설의 인물임을 깨닫거나, 작가가 서사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은 문학의 현실 재현 기능에 대한 자기 비판이자, 독자에게 의미 생성의 주체로서의 자각을 요구하는 장치입니다.
다세계성은 존재론적 문제의 핵심입니다. 포스트모던 텍스트는 종종 다중 현실(multiple realities)과 세계들의 공존을 전제로 하며, 어느 하나의 ‘진짜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진리의 상대성과 현실의 다층성을 수용하게 만드는 문학적 전략입니다.
맥헤일 이론의 현대적 의의
브라이언 맥헤일의 포스트모던 문학이론은 단지 20세기 후반 소설의 한 경향을 설명하는 도구를 넘어서, 오늘날 디지털 시대의 서사 양식과 문해력 위기를 이해하는 데에도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인터넷, SNS, 가상현실, 게임 등의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들은 하나의 세계가 아닌 여러 개의 서사 공간과 자아가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이러한 환경은 맥헤일이 말한 존재론적 전환을 더 극단적인 형태로 확장합니다. 가상과 현실, 자아와 타자, 이야기와 삶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으며, 독자는 끊임없이 다양한 서사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성하게 됩니다. 이처럼 맥헤일의 이론은 오늘날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메타버스 서사, 인터랙티브 콘텐츠와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그의 이론은 문학비평에서 구조적 분석과 철학적 사유의 통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도 유의미합니다. 단순한 해석이나 감상의 수준을 넘어서, 서사 구조와 세계관 구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문학이 어떻게 세계를 상상하고 제시하는지를 탐구하게 만듭니다.
결론
브라이언 맥헤일은 포스트모던 문학을 존재론적 사유의 장으로 끌어올린 이론가입니다. 그의 이론은 단지 문학 작품을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의 구조와 정체성을 문학을 통해 어떻게 성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적 지도입니다. 맥헤일을 통해 우리는 소설이 더 이상 ‘현실의 모사’가 아닌, ‘현실을 생성하는 언어적 사건’임을 인식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