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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셸러 – 가치 윤리학

by MOKU 2025. 5. 17.

 

막스 셸러(Max Scheler, 1874~1928)는 현상학을 윤리학과 가치론으로 확장한 독일 철학자로, 후설의 제자이자 비판자였습니다. 그는 감정이 단순한 주관적 반응이 아니라, 객관적 가치를 직관하는 통로라고 보며, 인간의 도덕성과 윤리를 감정 기반의 체계적 현상학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셸러는 『윤리의 형식주의에 반대하며』, 『공감의 본질과 형태』 등에서 가치, 의지, 감정, 인격 개념을 중심으로 인간 존재를 분석했으며, 그의 사상은 오늘날 심리학, 윤리학, 종교철학, 상담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셸러 철학의 핵심 개념을 정리합니다.

막스 셸러 - 가치 윤리학

가치 윤리학: 감정을 통한 객관적 가치 인식

셸러 철학의 핵심은 ‘가치’에 대한 새로운 해석입니다. 그는 윤리를 의무·의지 중심의 칸트식 도덕철학에서 벗어나, 감정을 통한 가치 직관에 기반한 윤리로 재구성합니다. 즉, 옳고 그름, 선과 악은 외부 규범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감정과 직관에 의해 인식되는 실재적 질서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다양한 가치를 위계적으로 정리하며, 이를 다음과 같은 가치 계층 5단계로 설명합니다:

  1. 쾌/불쾌의 감각적 가치
  2. 생명·활력 관련 가치
  3. 정신적 가치
  4. 도덕적 가치
  5. 성스러움의 가치

셸러에 따르면, 고차 가치일수록 더 높은 보편성과 지속성을 가지며, 보다 깊은 감정 직관을 통해 인식됩니다. 이로써 그는 감정을 단순한 주관이나 본능이 아닌, 윤리적 판단의 기초이자 인간의 핵심 인식 능력으로 격상시켰습니다.

감정과 의지의 구분: 윤리 판단의 방식

셸러는 윤리적 결정을 내리는 인간 능력으로서 ‘의지’보다 ‘감정’을 중심에 두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칸트와 니체의 영향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그들과는 다른 접근을 시도합니다.

그에 따르면 의지는 감정에 따라 작동하는 수단적 기능에 불과하며, 실제로 가치를 인식하고 선택하는 것은 감정의 능력, 곧 ‘가치 직관력’입니다. 예컨대 우리가 “불의를 보면 분노”하거나, “아름다움을 보고 감동”받는 것은 가치를 감정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감정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가치에 대한 지향성과 통찰력을 수반하는 고차적 인식입니다. 셸러는 이것을 “공감(Einfühlung)”과 결합하여, 타인의 고통과 기쁨을 이해하는 도덕적 감정의 토대로 삼습니다.

인격과 사랑: 존재의 중심으로서 인간 이해

셸러는 인간을 가치 감응적 존재로 정의하며, 그 중심에는 인격(Person) 개념이 자리합니다. 그는 인격을 단순히 자아나 이성으로 보지 않고, 가치를 인식하고 실현하려는 중심 주체로 이해합니다.

특히 그는 사랑을 가장 고차적인 윤리적 태도로 평가합니다. 사랑은 단지 정서적 감정이 아니라, 존재의 깊은 가치를 직관하고 이를 실현하려는 능동적 행위입니다. 이 사랑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이기심을 넘어 타인을 가치 있는 존재로 바라보며, 더 고차적인 가치로 상승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랑 개념은 단순히 개인 간 관계를 넘어, 종교적·사회적 차원에서 인간 공동체와 연대, 존엄성을 강조하는 철학으로 확장됩니다. 셸러는 사랑이 인간의 ‘궁극적 가치 실현 능력’이며, 인격의 완성은 사랑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습니다.

그의 인격 개념은 이후 마르틴 부버, 가브리엘 마르셀, 엠마누엘 레비나스 등 타자 철학과 관계 철학의 사상가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결론

막스 셸러는 감정과 사랑, 공감과 가치의 개념을 통해 인간 존재와 윤리를 새롭게 구성한 현상학자이자 철학자입니다. 그는 도덕을 규범이나 의무가 아닌, 감정을 통해 직관되는 실제적 가치 체계로 이해함으로써 철학과 인간학, 종교, 상담의 통합적 기초를 제시했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가치를 향해 살고 있습니까?” 셸러의 철학은 그 질문을 감정 깊숙한 곳에서 꺼내어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