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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Michael Sandel) – 정의와 공동체, <정의란 무엇인가>

by MOKU 2025. 6. 12.

마이클 샌델 (Michael Sandel) – 정의와 공동체, &lt;정의란 무엇인가&gt;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1953~ )은 하버드 대학교의 정치철학 교수로, 현대 자유주의를 비판하고 공동체주의 철학을 옹호한 대표적인 학자입니다. 그는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라는 대중적 저서를 통해 철학 담론을 대중에게 성공적으로 전달한 몇 안 되는 정치철학자이며, 공공선(public good), 시민의 덕, 도덕적 판단의 중요성을 정치 담론에 다시 끌어올렸습니다. 그의 이론은 공동체 내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철학적 관점에서 자유주의의 무색무취한 중립성을 비판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도덕적 판단의 회복

샌델의 정의론은 존 롤스, 노직과 같은 자유주의 정치철학자들과 본질적으로 대비됩니다. 그는 정의를 단순히 분배적 공정성이나 절차적 합리성으로 한정짓는 자유주의의 관점을 넘어서, 공동체 속에서 도덕적 판단과 책임이 살아 있는 정의관을 주장합니다.

그는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다양한 철학자들의 정의 개념을 소개하고, 구체적인 사례(군대 징병제, 대학 입시, 세금, 낙태 등)를 통해 정의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판단되고 선택되어야 하는 도덕적 행위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옳은 일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 곧 정의를 묻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론보다 실천적 고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샌델은 공공정책이 중립성을 가장하면서 사실상 다수 가치관을 반영하는 현실을 비판합니다. 그는 중립적 절차보다 가치 판단과 도덕적 토론이 민주사회에 필수적이라 강조하며, 정의란 다수의 선호가 아니라 더 나은 삶에 대한 집단적 비전 속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공동체주의: 자유주의의 비판과 대안

샌델은 자유주의가 상정하는 인간상을 ‘탈맥락적 자아(unencumbered self)’라 부르며 비판합니다. 즉, 자유주의는 인간을 특정 사회, 가족, 역사, 전통으로부터 분리된 추상적 존재로 간주하는데, 이는 현실의 인간 존재와 괴리된 관념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인간이란 태어날 때부터 가족, 문화, 언어, 종교, 공동체에 속해 있으며, 이러한 관계망 속에서 자아가 형성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정치적 결정이나 윤리적 판단은 이처럼 정체성과 연대의 토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공동체주의의 핵심입니다.

샌델은 공공정책과 도덕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자유주의 원칙을 넘어서, 국가는 공공선을 지향하고 시민의 도덕적 역량을 함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교육, 복지, 시민윤리 등의 영역에서 정부의 역할은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과 공동체의 연대감을 증진하는 윤리적 주체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시각은 시민교육, 커뮤니티 중심의 복지정책, 윤리적 시장 규제 등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한국 사회에서도 공정성과 공동체성 논쟁에 적극적으로 인용되고 있습니다.

자유주의에 대한 철학적 도전

샌델은 존 롤스의 『정의론』에 대한 비판적 논문으로 학계에 데뷔했습니다. 그는 롤스가 상정한 ‘무지의 베일’ 뒤의 자율적 인간상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실존적이고 역사적인 인간 존재에 기초한 정의론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는 또한 노직의 자유지상주의에 대해서도, 개인의 권리를 절대화하는 관점은 공동체적 책임을 무시하며, 결국 사회 전체의 도덕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합니다. 샌델은 자유를 단순히 ‘간섭받지 않을 권리’가 아니라, 더 나은 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한 적극적 참여의 조건으로 해석합니다.

그는 오늘날 민주주의가 시민의 역할을 ‘선거 참여’로만 축소시킨 것을 우려하며, 시민의 도덕적 성찰과 공적 삶의 참여가 회복되어야 진정한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정치 무관심, 공동체 해체, 능력주의의 한계 등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한 철학적 응답으로 기능합니다.

마이클 샌델은 철학을 일상으로 끌어내린 사상가이자, 공동체주의의 도덕적 회복을 주장하는 정치철학자입니다. 그의 사상은 정의를 단순히 배분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 안에서 책임과 덕성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로 확장시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그의 철학적 주장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한 명저로, 오늘날 도덕적 혼란 속에서도 우리가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 다시 묻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