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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 페일리 (Rita Felski) – 문학과 일상성, 감정의 미학

by MOKU 2025. 6. 20.

리타 페일리 (Rita Felski) – 문학과 일상성, 감정의 미학

리타 페일리(Rita Felski)는 현대 문학비평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대표적 이론가로, 문학과 일상, 감정,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문학 읽기 방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녀는 『문학 이후(After Criticism)』, 『문학의 접속(The Limits of Critique)』 등을 통해 “비판”만을 유일한 독해 전략으로 삼아온 근대 비평 전통을 비판하며, 감정, 경험, 일상적 의미에 주목하는 ‘연결의 비평(Postcritical Reading)’을 제안했습니다. 이로써 문학을 분석과 해체의 대상이 아닌, 삶과 정서의 통로로 보는 새로운 해석 틀이 떠올랐습니다.

일상성과 문학: 고상함에서 일상의 감각으로

기존 문학비평은 종종 문학을 ‘고급 예술’이나 ‘심오한 텍스트’로 간주하며, 독자의 일상적 경험과 감정은 분석 대상에서 배제해 왔습니다. 페일리는 이러한 관점을 비판하며, 문학이란 독자의 삶 속에서 의미를 갖는 ‘일상적 예술’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녀는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가 단순한 의미 해석이나 구조 분석이 아니라, 감정적 위로, 자아 확인, 타인과의 연결감이라는 일상적 욕망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독자가 소설 속 인물에게 감정이입하거나, 한 구절에 위로받는 행위는 그 자체로 문학의 핵심 기능 중 하나입니다.

페일리는 문학을 ‘일상의 구조’로 끌어내며, 독서라는 행위를 사회적, 문화적, 정서적 맥락에서 재조명합니다. 이를 통해 문학은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사람의 삶과 연결된 보편적 경험으로 확장됩니다. 문학은 이제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닌 ‘느끼고 싶은 것’으로 재정의되는 것입니다.

감정의 미학: 비평에서 공감으로

리타 페일리의 가장 두드러진 기여 중 하나는 ‘감정의 재발견’입니다. 그녀는 오랫동안 문학비평이 감정을 비이성적이고, 비과학적이며, 분석을 방해하는 요소로 취급해 왔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페일리는 감정이야말로 문학이 독자에게 작동하는 가장 핵심적인 매개라고 주장합니다.

감정은 단지 주관적 반응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문화적 맥락 안에서 형성되고 조직되는 복합적 현상입니다. 그녀는 문학이 감정의 저장소이자 발생지라는 점을 강조하며, 독서 행위 자체가 감정을 조직하고 확장하며 해석하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페일리의 이론은 '이성 중심주의'로 치우친 비평의 균형을 잡으며, 문학을 통한 감정적 공감과 사회적 연대의 가능성을 강조합니다. 이는 페미니즘, 퀴어 이론, 탈식민 비평 등과도 연결되며, 억압된 정체성과 목소리를 회복하려는 문학 읽기 방식과 깊이 호응합니다.

결국 그녀는 문학을 통해 “공감하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가능성을 되살리고자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더 이상 ‘비판하는 자’가 아니라, ‘공감하고 연결되는 존재’로 자리매김됩니다.

접속의 문학: 비판적 거리두기를 넘어

『문학의 접속』에서 페일리는 문학비평이 오랫동안 ‘비판적 거리두기’에 의존해 왔다고 비판합니다. 즉, 독자는 텍스트로부터 거리를 두고, 의심하고, 파헤쳐야 한다는 태도가 비평의 유일한 자세처럼 여겨져 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독서의 다층적 경험, 특히 정서적·심미적 반응을 억압합니다.

페일리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접속(attachment)’ 개념을 제시합니다. 이는 텍스트와 독자 사이의 감정적 연결, 정체성의 공명, 경험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읽기 방식입니다. 문학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과 교감하고 연결되는 방식으로 독서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입니다.

접속의 문학은 단순히 긍정적 정서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분노, 혼란, 불쾌함도 접속의 일종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텍스트가 독자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감정과 사고를 촉발시키는 그 자체입니다. 이런 비평은 문학을 더 이상 추상적 담론의 도구로 만들지 않고, 삶에 닿은 경험으로 되돌려 놓습니다.

결론

리타 페일리는 문학비평을 ‘접속의 예술’로 되돌려 놓은 사상가입니다. 그녀는 문학을 삶에서 분리된 학문적 텍스트가 아닌, 정서와 일상이 깃든 존재로 보았습니다. 그녀의 ‘일상성’, ‘감정의 미학’, ‘접속’이라는 키워드는 독서와 비평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며, 오늘날 문학을 다시 사랑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